개발자 부업, 어디까지 해봤니?

어떤 개발자의 20년 부업 역사

처음 '개발자'라는 직군으로 일하기 시작한 게 2002년이니까 올해로 딱 20년 차가 된다. 그동안 무슨 일을 했나 생각하다 보니 직장에서 했던 일은 이력서에 남아있는 반면 부업으로 했던 일은 정리가 잘 안 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의 개인적인 부업의 역사를 정리해보기로 했는데, 대충 정리하다 보니 종류가 꽤 되었기에 글로 남겨도 되겠다 싶었다. 아울러 개발자가 어떤 부업을 하는지 혹은 어떻게 구할 수 있는지 궁금한 이들에게도 미약하나마 도움이 되리라(아마도).

이 글에서 말하는 부업이란 '직장을 다니면서 월급 외의 수입을 얻는 활동'으로 정했다. 따라서 프리랜서로 일했거나, 수입이 없는 활동은 정리하지 않고 오롯이 직장에 다니는 동안 여분의 수입을 획득한 활동만 기록했다. 전체 목록을 정리하는 게 목적이라 시간순으로도 배열이 되어 있지 않다.

books in black wooden book shel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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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저술

엄밀히 말하면 벌다가 말았던 건데, 그래도 일단 돈이 유통되기는 했으니까 남겨본다. 2016년 초에 출판사 두 곳에서 연락이 왔었다. 하나는 React 관련이었고, 다른 하나는 Node.js 관련이었다. 나중에 연락 온 출판사에 먼저 계약된 건이 있다고 말씀드렸는데도 흔쾌히 기다리겠다고 말씀해주셔서 두 건 모두 진행하기로 계약했었지만... 책 내용을 구상하던 시점에 현 직장인 Automattic의 입사가 결정되었다. 장장 6개월이나 걸린 과정이었는데(Automattic의 채용 과정 참고), 입사하고 보니 개발 서적의 번역이나 저술이 Automattic에서 정책상 금지하는 항목이었다. 정책이 너무 빡빡하다 싶긴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출판사에 양해를 부탁드리고 계약을 파기할 수밖에 없었고 계약금은 내 통장을 스치듯 지나갔다.

번역

개인적으로 운영하던 기사 번역 블로그를 통해 인연이 되어 처음 번역을 맡은 게 2009년이었다(개발자가 블로그를 운영해야 할 이유 참고). 영문 텍스트야 많이 읽었으니까 번역에 큰 어려움은 없으리라 생각했는데... 나 혼자 대충 이해하고 넘어가는 것과 책으로 출판할 수 있을 정도의 다듬어진 우리말로 표현하는 건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었다. 아마 이렇게 어려운 작업인 줄 알았으면 애초에 시작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무식하면 용감하다 했던가. 전혀 해보지 않은 일이라 되려 자신감이 있었고 그게 고생의 시작이었다. 그렇게 고생고생하며 나온 첫 번역서가 바로 지앤선 출판사의 '거침없이 배우는 자바스크립트'이다.

그 후로도 인연이 되어 몇 권의 책을 더 내었고, 꼬리를 물고 다른 출판사에서도 연락이 와서 그렇게 번역한 책이 총 9권이 되었다. 번역은 글을 옮기는 것 외의 작업도 은근히 많은데, 특히 개발 서적이라면 코드나 스크린샷을 번역하고 코드를 검증하는 일까지 번역자의 몫이 되기 때문에 굉장히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이다(가끔 오류나 오타가 있는 경우가 있어서 코드 확인은 필수이다). 능력 있는 분들이라면 훨씬 빠르겠지만 내 경우 회사 일과 병행하다 보니 100페이지 남짓한 책을 번역하는 일에 3개월을 잡아도 넉넉하지 않을 정도였다. 그에 반해 수입은 아주 적은 편이라 '시급으로 치면 편의점 알바만도 못한' 일이 된다. 단, 공공기관에서 의뢰를 받아 기술 문서를 번역한 적도 있는데 그때의 수입은 그래도 편의점 알바보다는 나았던 거로 기억한다.

하지만 책을 저술했든 번역을 했든 어쨌든 내 이름이 표지에 인쇄된 책이 세상에 출간된다는 건 굉장히 보람된 일이기도 하고 경력으로서도 꽤 괜찮은 편이다. 해외 스타트업인 Fancy에 입사했을 때 대표가 좋아하면서 출간된 번역서의 목록을 달라고 하기도 했다. 고생한 만큼 성취감도 커서 번역 중에는 '다시는 번역 안 하겠다'고 다짐했다가 출간된 후에 잊어먹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기도 한다.

young diverse people gathering in studio and listening to spea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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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횟수로 따지면 가장 많이 했던 부업 Top 3에 들 것 같다. 주로 자바스크립트나 웹 기술의 기초적인 부분을 강의했었고 다양한 곳에서 강의했었다. 전주의 한 공공기관에서 진행하는 강의도 몇 년 동안 꾸준히 했었고 사기업에서 요청받아서 진행한 적도 있었고 개발자 교육 업체에서 요청받고 진행하기도 했었다.

강의 경력의 시작은 네이버에서 근무하던 시절의 사내 교육이었던 듯하다. 2006~2007년쯤 자바스크립트의 중요성이 급부상하기 시작했고 프론트엔드 개발 부서가 아닌 다른 서비스 부서에서도 자바스크립트를 배우고자 했었다. 가르치는 일에 관심이 있었기에 사내 교육도 자원해서 해보고, 그게 네이버와 산학협력 관계에 있던 대학교의 특강으로도 이어졌다. 이 시절의 나는 강의를 막 시작한 참이라 내용은 몰라도 전달력에서는 형편없었으리라 생각한다. 지금도 그때 재미없는 강의를 듣느라 고생했을 대학생들을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이 들곤 한다.

처음으로 금전적 보상을 얻은 강의는 2010년 전주정보영상진흥원에서 진행한 웹 접근성 강의였다. 당시에는 웹 접근성도 화두였고, 나보다 외부 강의를 많이 하고 계셨던 동료분이 맡은 강의였다. 강의에 뜻은 있었지만 어떻게 일을 받아오는지 몰랐는데, 그분이 웹 접근성 강의의 일부로 자바스크립트 강의를 며칠 정도 맡아서 해줄 수 있겠냐고 해서(실제로는 JS/jQuery 기초 강의였음) 시작하게 되었다. 처음 강의를 맡게 되었고 이후 강의 경력에도 큰 도움이 되었지만 사실 금전적인 면에서는 그리 많은 이득이 있지 않았다. 토/일 주말 4시간씩 하는 강의를 위해 전주까지 내려가서 숙식을 자비로 해결해야 했으니까 말이다. 덕분에 아직 유명해지기 전의 한옥 마을도 관광할 수 있었지만 했던 고생에 비해 손에 남는 금액은 많지 않았다. 잘 아는 것과 잘 가르치는 건 굉장히 다른 일이라서 연습이 많이 필요하고 가르치는 일 자체를 즐기지 않으면 힘들만 한 지점이 많다. 다행히 가르치는 일 자체를 좋아했기 때문에 큰 수입이 되지 않던 상황에서도 몇 년을 지속할 수 있었다.

그러다가 2014년부터 패스트캠퍼스에서 강의를 했는데 이때부터는 강의비가 가정 경제에 꽤 도움이 되는 수준이 되었다. 강의의 좋은 점은 강의 슬라이드를 재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최소 1분에 1장꼴로 슬라이드를 만드는 나는 자료를 처음 만들 때 몹시 힘들기 때문에 1회차 강의에서는 큰 이득이 난다고 느끼기 어렵다. 그게 2, 3회차로 이어지면 훨씬 더 적은 노력으로 강의를 진행할 수 있기에 꽤 이득이라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강의라는 특성상 아무래도 소위 말하는 핫한 기술에 대해 어느 정도 경력이나 유명세가 있으면 유리하다. 개발 교육 업체에서 컨택하는 경우는 많이 보았어도 강사가 제안해서 이루어졌다는 경우는 아직 들어본 적이 없으니 말이다. SNS, 블로그, 컨퍼런스 무엇이 됐든 어느 정도 자신을 홍보해두는 게 강의를 시작하기에 좋을 것이다.

지금까지 강의로 벌어들인 수입을 대충 계산해보면 대기업 직장인의 연봉 정도가 될 것 같다. 강의가 본업은 아니라서 길어도 1년에 30일을 안 하는데, 그 대가치고는 괜찮은 편이라 생각한다.

크롬 확장기능

회사 일로 만들었던 크롬 확장 기능을 보고 스타트업을 준비 중인 분이 연락해서 시작되었다. 이런 식의 의뢰는 거의 안 받는 편인데 해외에서 온 연락이라 경험 삼아 진행해보았다. 사용자가 웹 사이트를 보다가 마음에 드는 상품을 봤을 때 이미지 위에 마우스를 올리면 수집 버튼이 나타나고 이를 클릭하면 상품 이미지와 가격 등의 정보가 특정 사이트에 수집되는 기능이었다. 레퍼런스가 핀터레스트의 크롬 확장기능이었으니 동작 과정은 대충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PHP 라이브러리

벌써 10년도 전에 UPS, Fedex 등의 API를 이용해서 해외 배송비를 계산해주는 PHP 라이브러리를 만들었다. 이틀 정도 걸려서 만들고 기억하기로 80만원 정도를 받았던 것 같은데 정확하진 않지만, 당시 PDF로 전달받은 영문 스펙 문서가 50페이지 정도 되었던 것 같다. 문서에서 클라이언트가 필요로 하는 기능만 찾아서 개발해주고 정상 작동하는 걸 보니 굉장히 뿌듯했다.

웹 사이트 개발에 비해 라이브러리 개발은 문제가 생길 여지가 아무래도 적다. 웹 사이트 개발 후에는 이런저런 A/S에 시달리는 게 흔한 일인데, 라이브러리 개발은 몇 번의 테스트와 수정 후에는 더 연락이 오지 않았다. 시간이 적게 걸리는 만큼 수입도 많지 않지만 들인 수고에 비해서는 꽤 괜찮았고 깔끔하게 마무리되어서 좋았던 기억이 있다. 이후 웹 사이트 개발보다는 라이브러리 개발 부업을 선호하게 되었지만, 수요 자체가 거의 없는 일이었다는 사실만 깨닫게 되었다.

업무용 스크립트

지인의 회사에 일종의 근무일지 같은 걸 입력하는 시스템이 있었다. 입력 담당자가 있었는데 입력을 차일피일 미루더니 그대로 퇴사해버려서 졸지에 1년 반 정도의 일지를 채워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수작업으로 해봤더니 2, 3명이 일주일을 붙어서 작업해도 몇 주 분량을 입력하는 게 고작이어서 혹시 더 빠른 방법이 있을지 내게 문의했다. 살펴보니까 jQuery를 기반으로 작성된 일종의 SPA였고, 파고들 여지가 좀 있어서 두어 시간 걸려서 스크립트를 작성해주고 브라우저 콘솔에서 실행하라고 알려줬다(콘솔 여는 법부터 알려줬어야 했음).

스크립트를 실행하면 화면에 버튼이 하나 새로 추가되고, 버튼을 클릭하면 해당 시간의 근무자 정보를 서버에서 가져와서 자동으로 여러 항목을 입력해주도록 했다. 일일이 클릭하고 입력해야 했던 것을 버튼 하나로 처리한 것이었다. 지인이 전하길, 그 스크립트를 이용해서 1시간 남짓 작업했더니 지난 일주일 동안 2, 3명이 작업했던 만큼 정리했다고 한다. 돈을 받으려고 한 일은 아니었는데 정말 고맙다면서 별다방 기프트 카드를 보내주셔서 한동안 잘 사용했었다.

컨퍼런스 발표

자바스크립트 관련으로도, 리모트 워크 관련으로도 컨퍼런스에서 이런저런 발표를 많이 했었다. 경력으로서도 좋고, 인맥을 만들기에도 좋으며 다른 일로 이어질 가능성도 충분하지만 사실 컨퍼런스 발표 자체의 금전적인 이득은 크지 않은 편이다. 세계적인 네임드가 되면 대우가 다를지도 모르겠지만, 일단 나와는 거리가 있는 세계의 일이라서 확신하기는 어렵다. 내가 했던 것 중 기억에 남는 건 제주도에서 했던 리모트 워크 관련한 발표이다. 주최 측에서 (발표자인 나에 한한 거지만) 항공권에 1박 숙박도 제공해주셔서 간 김에 아내와 휴가도 보내고 왔었다.

구글 애드센스

남들 다하는, 현재 이 블로그에 추가한 구글 애드센스를 말한다. 그렇게 인기가 많은 블로그는 아니라 때때로 어딘가에서 언급되면 가끔 트래픽이 튀기도 하지만 대체로 잔잔한 편이고 이와 비례해 구글 애드센스의 수입도 잔잔한 편이다. 그래도 호스팅 비용 정도는 자체 충당하고 있으니 그걸로도 만족스럽다.

photo of person holding mobile ph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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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대시보드

지인이 대기업 사내 벤처 공모에 도전한다고 도움을 요청해서 부업으로 참여했었다. 이런저런 그래프가 많은 화면이었고 공모 마감일이 얼마 남지 않아 손 빠른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필요했다고 들었는데 다행히 완성은 잘 되었고 그 아이템이 지금은 독립 스타트업으로 발전했다. 한 달 정도 작업하고 500만원을 받았었다.

컨설팅

코드 품질 관련한 제품을 만드는 곳에서 프론트엔드 전문가의 관점이 필요하다며 컨설팅을 요청해왔다. 해당 기업에서 직접 요청한 것은 아니고 에이전트 같은 곳을 통해 연락이 왔는데, 그런 의뢰는 또 처음이라 경험 삼아 가보았다. 여러 질문에 성의껏 답했던 기억은 있는데 질문 자체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워드프레스 컨설팅?

물음표는 이걸 컨설팅이라 봐야 할 지 애매해서 붙여두었다. 워드프레스로 웹 사이트를 제작하는 데 애를 먹고 있는 분이었는데, 뭐가 문제인지 사람을 고용해야 하는 정도의 일인지라도 알고 싶다고 하셔서 시간 날 때 살펴보았다. 이런저런 문제가 있다 말씀드리고 간단한 건 수정 방법을 함께 적고, 그렇지 않은 건 이래저래 진행하시면 될 것 같다고 메일로 정리해서 말씀 드렸다. 그냥 호의로 한 일이었는데 감사하다며 별다방 기프티콘을 보내주셔서 맛있게 잘 먹었다. 어쨌든 금전적인 보상이 있었으니까 부업 카테고리로 정리해본다.

서베이 참여

연구 과제에 필요한 인터뷰였는데 리모트 워크로 일하는 사람의 의견이 필요하다 해서 원격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리모트 워크에 관해 발표했던 컨퍼런스를 보고 나에게 연락해왔었던 일이었다. 보상으로는 기프티콘 종류를 받았던 거 같은데 기억이 정확하지는 않다.

웹 에디터

지인의 소개로 국내 모 스타트업에서 공동 편집이 가능한 웹 에디터를 제작해달라는 의뢰를 받고 작업했었다. 리서치하다가 ProseMirror라는 에디터 프레임워크를 알게 되었고 마침 공동 편집 기능도 구현이 되어 있었기에 리서치 결과를 알려주고 직접 작업하시려면 그래도 된다고 했지만, 그냥 나에게 맡겼다. 사용해보니 ProseMirror가 장점이 많은 프레임워크지만 확장하기에 썩 편한 구조는 아니라서 플러그인 구조를 새로 작성하고 그걸 기반으로 기능을 추가해나갔다. 많은 외산 에디터가 공통으로 가지는 문제인 한글 관련한 버그도 있어서 그것도 수정했었다.

작업 기간이 길었던 만큼 수입도 큰 편이었다. 부업별 수입으로 보면 아마 가장 많거나 그다음일 듯싶다. 비록 나는 의뢰를 받아 만들었지만 그래도 해당 스타트업의 좋은 소식이 들려오면 나도 한몫한 것 같아서 뿌듯했다.

웹 사이트 제작

의외로 부업으로는 웹 사이트 제작 일을 거의 하지 않았다. 기억하기로는 XpressEngine을 사용해서 만든 이 웹 사이트가 부업으로서는 거의 유일하게 만든 웹 사이트였던 듯하다. 그나마도 외부에 공개되는 웹 사이트가 아니라 회사 내부에서 사용하는 것이었고, 공장의 상황을 볼 수 있는 특수한 페이지가 포함되어 있었다(사실 그게 핵심). 해당 페이지 부분을 확장 기능으로 만들어서 작업했던 듯.

온라인 강의 번역 감수 및 관리

W3C에서 한때 온라인 개발 과정을 운영했고(지금은 안 하는 듯?), 한 국내 기업이 라이선스를 받아서 한국어판 운영을 했는데 번역의 감수와 온라인 코스의 관리를 맡았었다. 차라리 내가 번역하는 게 낫겠다 싶을 정도로 번역 품질에 문제가 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피드백이 피드백으로 끝나지 않은...), 그래도 몇 달간 운영하면서 이래저래 특이한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써드파티 플러그인

웹 페이지에 삽입하는 자바스크립트 코드 조각을 작성했다. 쉽게 말해 구글 애널리틱스나 페이스북 로그인 기능처럼 '이 코드를 그대로 복사해서 웹 사이트에 붙여넣으세요' 방식으로 사용하는 코드를 만들었다. 호환성을 위해 의존성이 전혀 없는 바닐라 JS로 작성했고 워드프레스, 티스토리 및 해외 블로그 플랫폼용으로도 포팅해서 작성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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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방문자 수는 많지 않지만 대충 15년 넘게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보니 꾸준히 오시는 분들도 있고 구글 검색 결과에도 종종 나타나는 편이다. 아주 가끔 인기를 끄는 글도 있는데 그걸 보고 글을 의뢰하는 경우도 있다. 내 허락하에 블로그 글을 그대로 옮기는 경우도 있었고(다음 메인에 걸리기도), 웹 사이트에 게재할 글 또는 잡지 기고도 의뢰받아서 작성한 적이 있다.

대체로 아주 개략적인 주제만 주어지고 그 주제 안에서는 내가 알아서 글을 쓰면 되는, 자유도가 높은 일이라 완성했을 때 성취감은 높은 편이지만 구상할 때는 이런 의뢰를 수락한 자신을 원망하기도 하고 도망가고 싶어지기도 한다. 그렇지만 항상 책임감이 이기는 편이라 마감이 닥치면 어떻게든 마무리하긴 했었다.

수입은 의뢰하는 곳에 따라 차이가 좀 큰데, 인터넷 매체에 내 블로그 글을 그대로 게재하고 나온 원고료는 크지 않은 금액이라 그냥 좋은 곳에 기부해달라고 했던 적도 있다. 잡지 기고 역시 잡지 나름인데 아무래도 대기업이 원고료도 더 잘 나온다.

마무리

아마 지금도 많은 개발자가 내가 그랬듯이 알게 모르게 여러 부업을 하고 있을 거로 생각한다. 어찌 보면 당연한 말인데, 적잖은 부업을 해 본 입장에서 말하자면 제일 중요한 건 당연히 본업이다. 그동안 많은 부업을 하면서도 단순히 돈을 벌려고 했던 일은 거의 없다. 돌이켜보면 나는 새로운 경험, 새로운 학습의 기회로서 부업을 활용했던 것 같다. 예를 들어, 책을 번역할 때는 내가 공부하고 싶은 분야라면 다소 무리해서라도 진행했었고 그렇지 않다면 사양해왔다. 아마 번역자만큼 그 책을 많이, 깊이 있게 읽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부업을 통해 회사 일만으로는 하기 힘든 다양한 경험을 했고 덕분에 본업에도 도움이 되었다. 본업의 커리어가 발전해야 부업으로 오는 제안의 질도 더 나아진다. 이렇게 되어야 시너지가 나는 선순환이 이루어진다. 때로는 부업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해주는 계기도 되기에 회사 일에서 겪을 수 있는 매너리즘을 해소하는 데도 도움이 되었다.

반대로 부업때문에 본업이 지장을 받는 일이 생긴다면 그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회사 일이 바빠져서 짬이 나지 않을 때는 금액에 상관없이 거절했고 개발 외적인 일의 양은 너무 많이 하지 않도록 조절해왔다.

부업을 꼭 해야 한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그 시간에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해도 좋을 것이고 스터디나 컨퍼런스를 해봐도 좋을 것이다. 다만 나에게는 조금이라도 금전적인 보상이 있고, 그만큼 책임도 더 무거운 부업이 나의 책임감과 향상심을 자극하는 좋은 재료가 되었을 뿐이다. 혹시 나와 비슷한 성향의 사람이라면 시도해봐도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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