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E에서 구글 크롬 엔진을 사용한다.

구글에서 Chrome Frame이라는 것을 발표했습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Internet Explorer의 겉모습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렌더링/자바스크립트 엔진을 구글 크롬의 그것으로 사용하겠다는 것입니다. Firefox 브라우저를 사용해보신 분이 있다면 IETab 확장기능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쉬우실 것입니다.

사용법은 Chrome Frame을 설치한 후, URL 앞에 cf: 를 붙이면 Chrome 엔진을 사용해서 렌더링합니다. 예를 들어 네이버의 경우에는 cf:http://www.naver.com 과 같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사용해보면, 아래 그림에서 보듯이 겉모습만 봐서는 IE인지 크롬인지 구분하기 힘듭니다.

Chrome Frame을 사용한 화면
Chrome Frame을 사용한 화면
일반적인 IE
일반적인 IE

Chrome Frame의 목적은 IE에서 HTML5, Canvas 등의 최신 기술을 사용하고 브라우저의 자바스크립트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IE가 제공하는 것은 겉 껍데기일 뿐 내부는 죄다 크롬과 동일하므로 "IE에서"라는 말이 조금 무색하긴 합니다. 더군다나 아직 안정화된 버전도 아닌 듯 하고, 영문판만 제공합니다(컨텍스트 메뉴가 영문으로 나옵니다). 그리고, 당연한 말이지만 Chrome 엔진으로는 IE 전용 사이트에 방문할 수 없습니다. Chrome 엔진을 사용해서 신한카드 사이트에 방문해보려고 했더니 Netscape 6.0 이라면서 거부하더군요. ^^;;

그나마 Chrome Frame이 Firefox의 IETab보다 나은 것은 세션 공유가 된다는 점입니다. 즉, IE 엔진에서 네이버에 로그인을 하면, Chrome 엔진에도 반영됩니다.

자... 그러면 이런걸 왜 만들었을까요? 어떤 사용자에게 최신 기술과 빠른 자바스크립트 처리 능력이 필요했다면 대안 브라우저를 선택하면 될텐데, 굳이 겉껍데기만 IE인 이런 녀석을 왜 만들었을까요? 아마도 크롬의 또 다른 사용법에서 그 의도를 엿볼 수 있을 듯 합니다.

IE8에는 IE7 모드로 화면을 렌더링하는 호환 모드가 존재합니다. 웹 개발자라면 다음과 같이 사용자의 IE8 브라우저가 호환 모드를 사용하도록 문서에 지정할 수 있습니다(HTTP 헤더에서 정해줄 수도 있습니다).

<meta http-equiv="X-UA-Compatible" content="IE=EmulateIE7" />

이것은 크롬 엔진에도 마찬가지라서, Chrome Frame을 설치한 브라우저라면 문서에 다음과 같이 지정함으로써 크롬 엔진을 사용하도록 할 수 있습니다.

<meta http-equiv="X-UA-Compatible" content="chrome=1" />

결국, 사용자는 모르는 사이, 다시 말해 습관적으로 IE를 쓰는 사이 크롬 엔진을 사용하도록 할 수 있다는 것이죠. 아무래도 새 브라우저를 설치하고 사용하도록 만드는 것 보다는 훨씬 저항이 적을 것입니다. 또, 크롬이 가능하다면 같은 WebKit 엔진을 기반으로 한 Safari는 물론, Gecko 엔진의 Firefox도 비슷한 방식으로 IE에 침투할 수 있을 듯 합니다.

그렇다면 문제는 없을까요?

Chrome Frame에 관해 Ajaxian에서는 개발자 편의에 맞춰서 사용자의 선택이나 경험은 무시되어도 좋은 것인지,  사용자보다 개발자가 반드시 우선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사용자는 렌더링 엔진이 변했는지도 모를 수 있습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선택을 뺏기거나 혹은 강제당한다고 해석할 수도 있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이는 웹 업계에서 구글이 가진 영향력을 생각한다면 간과할만한 사안은 아닌 듯 합니다(매뉴얼에서는 Chrome Frame 설치 버튼을 웹 페이지에 쉽게 붙이는 법도 친절히 알려주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드는 행보이긴 하지만, 살짝 우려가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더군다나 Chrome Frame이 구글 크롬과 렌더링이나 동작이 100% 일치하지 않는다면(아마도 Chromium 엔진을 기반으로 새롭게 작성한 것 같습니다), 또 하나의 브라우저(..라 쓰고 골치덩이라고 읽는...)가 늘어나는 꼴이겠지요.

Chrome Frame... 흥미롭기는 하지만, 일단은 지켜봐야할 것 같습니다.

  1. 아침부터 이곳 저곳?에서 주워듣긴 했지만.. 정리된 글은 역시 이곳에서 만나게 되었네요.
    감사합니다
    저 메타태그에 X-UA-Compatible 로 호환 모드를 사용하는 것.. 저는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더러구요.
    물론 렌더링 쪽은 IE7과 많이 비슷하게 되긴하고, 그래서 개발자에게 당장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준 것 자체는 참 좋습니다.
    그렇게 임시 방편으로는 편할 수도 있지만, 궁극적으론 IE8 에서 호환모드로 동작시킨다고 해도 온전한 IE7도 아니고, 그렇다고 IE8도 아닌 어중간한 녀석이 되어서 의외의 부분에서 햇갈리게 동작하더러구요.
    말씀하신대로, 흥미롭긴 하지만 계속 지켜봐야될 것 같습니다.

    ps. 또 하나의 브라우저(..라 쓰고 골치덩이라고 읽는…)에서 웃음이 나왔는데, 곧 쓴 웃음으로 바뀌었다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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