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찬씨의 섣부른 판단

다음에서 근무하는 윤석찬씨의 “뉴스캐스트가 오판(誤判)인 이유“라는 글을 읽었다.

최대한 중립적으로 읽으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경쟁사 직원이니까”라는 생각만 드는 글이었다. 게다가 대체 “오판인 이유”를 뭐라고 정의하고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어쩌면 내가 글을 보는 이해력이 떨어져서 그럴 수도 있다. 내 입장에서 이해가 안가는 대목을 한번 짚어봤다.

첫째, 책임은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책임이라고 하는데 구체적으로 무슨 책임을 말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정보 유통자로서의 책임일까, 포탈로서의 사회적 책임일까. 여태껏 웹 2.0이 어떻고를 외쳐온 사람의 주장치고는 뭔가 좀 이상하다. 결국 “너희가 유통하는 정보니까 너희가 알아서 편집해라”인데  그게 웹 2.0이었던가? 네이버가 이제껏 떠먹여주던 정보에 대해서 그토록 말이 많아서, 이제 원하는 정보를 취향대로 가져가라…라고 했다. 역시 웹 2.0이라고 부르기에는 반쪽에도 못 미치지만, 적어도 입안에 넣어 주는 것보다는 진보했다 생각한다.

사실 이 문단을 보면서 더 의아했던 것은 책임 회피라고 규정하면서 다음 온라인 우표제를 끌어들였다는 것이다. 다음 우표제의 패인을 겨우 그렇게 보고 있다니 다소 실망이다. 다음 온라인 우표제는 자신들의 스팸 필터링 기술이 미비한 부담을 외부 사업자에게 돌렸던 것이 패인이었다. 그 때에는 화이트 리스트에 들지 못하면 스팸 사업자로 인식돼서 다음 회원들에게 메일 조차 보낼 수 없었다. 그래놓고서는 자기들은 버젓이 광고 메일을 발송해주는 마케팅도 하고 있고, 메일을 보내려면 돈을 내라고 하니 욕을 안 먹을래야 안 먹을 수가 없는거다. 요는 기술만 더 개발했으면 될 일이라 이것이다.

반면에, 뉴스 캐스트는 기술적인 문제를 벗어났다. 선거를 기점으로 대체 얼마나 많은 논란이 있었는지 일일이 언급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온라인 신문사는 자신들의 컨텐츠에 갖은 제약을 걸고, 사용자들은 네이버의 정치적 편향을 질타했으며, 정치권 역시 포털의 영향력을 견제하려 했다. 이 문제가 기술로 해결이 될 문제였을까? 이 시점에서 윤석찬씨가 빠뜨린 것이 있는데(일부러 언급안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사용자와 언론사에게 전가됐다는 그 책임은 권리와 함께 전달되었다는 것이다. 이젠 정보를 선택할 권리도, 그 권리로 인해 발생하는 책임도 모두 사용자의 몫이 되었고 언론사 역시 자신들의 컨텐트로 트래픽을 가져왔으니 나머진 알아서 할 일이다.

이 방법 말고, 사용자의 손을 들어주면서 신문사의 불만도 잠재우고 정치권의 견제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었을까? 네이버가 낸 답은 현재 보는 그대로다. 내가 봤을 때는 네이버가 영리하고 과감했다고 생각한다(하지만, 트래픽 손실이 거의 없는 것은 의외였다). 네이버의 행동이 책임 회피라던 다음은 어떻게 행동하는지 지켜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 

둘째, 언론사도 곧 본질을 알게 된다.
이건 뭐… “그래서?”라는 말 밖에 안나왔었다. 결국 언론사가 원했던 것이다. 달라던 사탕을 줬으니 껍질을 까는 것도 언론사의 몫이고, 사탕때문에 충치가 생기는 것도 언론사의 몫이다. 언론사가 “줘도 못 먹는” 것을 어째서 네이버의 책임으로 돌리는지 모를 일이다. 불과 얼마전까지만 해도 기사에 광고를 삽입해서 보내려던 언론사다. 그래서 원하는 대로 해주었을 뿐이다.

네이버가 검색 수익을 공유해야할 근거도 빈약하다. 언론사가 자립할 깜냥이 안된다 하더라도, 그게 왜 “네이버가 스폰서가 되어야하는 이유”가 되는걸까. 검색 수익 배분도, 비즈니스 노하우 전수도 근거도 없는 주장으로 밖에 안보인다. 심지어 다음에서는 몇 개 언론사가 뛰쳐나가지 않았는가. 누구도 그런걸 상생이라 부르지는 않는다.

그리고 이 주소가 http://www.kangjunghoon.com/356 다음이 상생을 하고 있다면서 윤석찬씨가 댓글에서 제시한 근거인데, 기사 내용을 잘 읽어보면 오히려 더 궁색해보인다. 앞의 블로그 주소에서 링크한 기사를 보면, 다음도 결국 “뉴스 페이지에서만 발생하는 배너 수익”을 공유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네이버에는 광고 노하우를 알려주라는 둥, 검색 수익을 공유해야한다는 주장을 했을까. 덧붙여 바로 그 수익을 공유한다던 배너 광고에 대해 윤석찬씨가 본문에서 언급한 내용은 이렇다.

윤석찬씨가 말한 배너광고의 효용
윤석찬씨가 말한 배너광고의 효용

다음이 공생이라면 배너는 신문사에도 있으니 아예 신문사에 트래픽을 줘서 배너 수익도 자신들이 다 가져가도록 하는 편이 오히려 공생이라고 되물을 수도 있겠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배너는 신문사에도 있다.

또 하나 궁금한 점은 아래 주장의 근거다. 근거가 있으니까 네이버에서 보내는 트래픽의 90%가 쓸모없다는 주장도 나왔으리라 생각한다.

10배라는 근거는?
10배라는 근거는?

셋째, 검색 올인?
역시 “경쟁사 직원”임을 인식하게 해준 부분이다. 평소에는 꽤 괜찮은 글을 썼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런 글을 쓰는 것을 보면 평소와 다른 무언가가 있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다. 알다시피 네이버에는 이미 잘 자리잡힌 서비스들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블로그와 카페로, 서비스를 없애겠다는 말은 단 한마디도 언급한 적이 없다.

그런데, 겨우 메인이 바뀐 것만으로 그것도 바뀐지 2주만에 네이버가 구글처럼 검색 엔진을 지향하고 있다고 판단하는 근거는 무엇일까. 검색 경험을 높였기 때문에? 아… 그런거라면 다음이 먼저 하고 있었다. 네이버의 “뜨는 이야기”나 “감성지수 36.5″와는 달리 다음의 “유익한 정보검색”은 검색을 한번 더 하도록 친절하게 종용하고 있다. 물론, 유사한 주제를 다루는 다른 섹션은 없다. 메인에서 보고 특정 주제를 클릭했는데도 그 컨텐트에 접근하려면 검색을 하게 해서, 사용자에게 불편함을 감수시켜서라도 검색 경험을 높이게 하니까 이익이 된다. 이것으로 볼 때 다음은 “구글식 검색 엔진”을 지향한다고 볼 수 있다….. 당연히 말도 안되는 소리다.

네이버식 검색은 구글과 다르다. 분명한 방향이 있고, 구글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오히려 구글이 되고 싶은 것은 다음이 아니던가. 그래서인지 마지막 문단은 마치 자신이 몸담고 있는 회사를 향해 하는 말 같다. 그렇지 않으면 틀려도 한참 틀린 말이 되겠지.

결론
나 역시 회사 얘기를 개인 입장에서 블로깅하는 사람으로서, 가급적이면 “경쟁사 직원”으로 보지 않으려 했으나(그리고 실제로 그 전에는 별로 느끼지 못했으나) 어찌된 일인지 이번 글에서만은 그 느낌을 떨칠 수가 없다. 심지어 어쩌다 글을 이렇게 쓰게 됐는지 의혹마저 생긴다. 네이버의 아웃링크를 “생색내기”라고 언급하고 있으니 의혹은 더 커진다.

 

첫화면 아웃링크가 생색내기?
첫화면 아웃링크가 생색내기?

처음 이 결정을 들었을 때만 해도 사내에선 반대하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엄청난 트래픽 손실과 그에 따른 사용자 이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드높았었다. 그런데도 강행하게 된 이 결정이 “생색내기”였다고 평가하는 저 말을 나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거꾸로, 다음은 그런 “생색내기”를 할 용기라도 있냐고 물으면 뭐라고 답할지 궁금하다.  (미리 말하지만, 포탈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페이지는 첫 페이지고 다음 첫페이지에서 외부 영역인 블로거 뉴스는 단 두 줄이다. 이걸 가지고 “개방”을 논하기엔 무리가 있다)

네이버의 행보는 오랫동안 보수적이었고,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최근의 메인 변화는 상당히 큰 충격이었지만, 그 외에는 여전히 가던 길을 느릿하지만 꾸준히 가고 있다. 겨우 2주로 색안경을 끼고 섣불리 판단할 일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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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2008/01/20: 트랙백을 원글에 보냈는데, 원래 글에는 나타나지 않는군요. -_-a

  1. @Channy
    1. 네이버가 낸 답은 아마 뉴스캐스트였던 듯 합니다. 이러니 다른 포탈(특히 2위이자 윤석찬님이 계신 다음)은 어떻게 변화는지 기대가 될 수 밖에요.

    2. 검색 결과에 뉴스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여전히 언론이라는 타이틀에 신뢰도가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게 검색 서비스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생각은 그다지 해본 적이 없습니다. 설령 그렇다 한들, CP 비용 이외에 포탈에서 보상을 따로 해줘야 한다는 것에도 동의할 수 없습니다.

    언론사는 포탈이 쥐고 흔들만한 약자가 아닙니다. 따라서, 동등한 입장에서 서로 합의하에 거래가 이루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포탈이 아니었으면 살아갈 수 없었을 언론사닷컴도 더러 있었으리라 생각하고요. 그런데도 추가 보상을 해줘야할 명분이 있을까요.

    한국신문협회에서 공동 뉴스 포탈을 만든다고 합니다. 아마도 자립하기 위해 택한 방식인 듯 한데, 이 포탈이 예상 외의 성공을 거둔 후에도 네이버, 다음 등에 현재와 같은 조건으로 뉴스를 공급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쩌면 공급 중단을 선언할지도 모릅니다. 결국 거래 관계는 힘의 균형에 따라 조절되는 것입니다. 일방적인 관계라면 모를까 현재의 언론사가 일방적인 관계를 감수할만큼 호락호락한 상대는 아니죠.

    3. 뉴스 서비스를 다소 소홀히 했다는 지적은 있을 수 있겠지만, 여전히 “부조화”에 대해서는 설명하시지 않으셨군요. 위에서 말씀하신 “최근 몇 년간 나타난 네이버 서비스의 부조화”는 어떤 의미로 사용하신 것일까요.

  2. 글 자체에 대한 토론보다는 오히려 타 경쟁회사 직원이라는 이유가 자꾸 부각되는데, 그것은
    토론의 본질을 흐리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댓글도 글의 내용보다는 그런식의 개인 신상에 대한 비판이 많네요. 아무리 개인 블로그라지만 보기 않좋습니다.

  3. ‘자신이 몸담고 있는 일터’의 입장을 배제할 수 있을까요? 숨기고 말하지 않는 것보다 자신의 입장을 정확하게 드러내고 하는 논쟁이 더욱 건강합니다.

    최소한 “지나다”라는 필명으로 다른 사람에게 “보기 않좋습니다”라는 내용이 담긴 댓글을 다는 행위도 보기 좋아 보이진 않거든요.

    붙임 : ‘보기 안 좋습니다’를 잘못 쓰셨다고 믿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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