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데기뿐인 IT 선진국

얼마전부터 우메다 모치오씨의 웹 진화론이라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제 읽기 시작한 책이지만 첫부분에서 상당히 공감가는 부분을 찾았다.

일본의 인프라는 세계 정상급이다. 하지만 인터넷의 선과 악중에서 ‘악’을, 정직함보다는 ‘부정직함’을, 가능성보다는 ‘위험’을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인터넷을 인터넷으로 만들어주는 개방성을 극도로 제한하려 한다. 인터넷이 아닌 현실세계에 비중을 두며, 기존 질서를 유지하려 한다.

이런 경향은 일본의 기득권층에서 두드러진다. 인터넷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위협하고, 더 나아가 존재 자체를 위협한다는 심리가 마음 깊은 곳에 깔려있기 때문일 것이다.

미국은 인터넷이 갖는 ‘불특정 다수 무한대를 향한 개방성’을 대전제로 인정한다. ‘선’이라는 부분, ‘정직함’이라는 부분, 그리고 ‘가능성’을 직시한다. 그런 자세가 일본을 압도하는 것이다.

위 글에서 ‘일본’을 ‘한국’으로 바꿔도 완전히 동일한 문장이 된다. 내가 생각하는 우리나라의 IT 정책이라는 것들은 여론을 제한하고, 장점을 제한하고, 변화와 개방을 제한하며 기존 체제를 어떻게든 유지하려 한다. 기존 질서를 비판없이 그대로 따르는 것을 우리는 ‘답습’이라 부른다. 산업혁명이 기존의 세계질서를 뒤엎을만큼 대단했던 것을 기억한다면 정보혁명이라 부를 수 있을만한 이 시대에 기존 질서를 유지하겠다는 이 답습이 나에겐 아집 혹은 애처로운 발버둥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래, 당장은 그들이 권력을 가지고 있다. 당분간은 태동하는 그 흐름을 꾹꾹 누르는게 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밀려오는 파도를 막을 수 있다고 모든 흐름을 다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이미 거대한 쓰나미는 가까운 바다에서부터 몰려 오고 있으니까 말이다.

각종 포털에 관련된 규제 움직임, 인터넷 실명제, 최근 대선에서의 말 그대로 꼰대스러운 선거법, 통신사의 컨텐트 제한, 온라인 서점의 할인율 제한, 오늘 알게된 신문사 RSS의 사용제한까지… 새는 구멍을 자꾸 막겠다고만 나섰지 자연스레 물길을 내줄 생각은 못하는 것 같다. 하긴… 새로 당선된 당선자께서는 IT를 주관하는 정보통신부를 아예 폐지하겠다고 나서셨으니 앞으로도 이 나라 IT가 볼만하겠다(정통부가 벌이는 사업이 실제 IT업계에선 환영을 받지 못했다해도 말이다).
어째서인지 지금 이 모습이 나에겐 그 옛날의 쇄국정책을 연상하게 한다. 변화를 두려워해 기존 질서만 유지하겠다고 버둥거리는 꼴이 딱 그짝이다. 명심해라. 역사는 반복된다.

  1. 월스트리트저널에도 디그닷컴(Digg.com) 송고버튼이 생겼네요…

    뉴욕타임즈에 이어 월스트리트저널에도 디그닷컴(Digg.com) 송고 기능을 가진 디그버튼 ( DIGG THIS)이 추가되었군요. View Wall Street Journal Online articles from Digg. 디그버튼은 월스트리트저널의 모든 …

    1. 제 관점에서는 전문도 아니고 요약글 정도에 아무리 상업용도로 본다해도 전면 제한은 좀 오버가 아닌가 싶어요.
      사실 제가 문제시 하는 것은 제한 자체보다는 그 이면에 깔린 시각때문인데, “일단 막고 보자”는 식의, 다른 창의적인 생각은 못하고 그저 과거 시대의 답습만 계속하겠다는 안일하고 뒤떨어지는 그 시각때문입니다.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자신들만의 “영역”이라는 것을 만들어낸 아마존과 같은 방식이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이라고 보지, 과거처럼 (별 것도 아닌) 정보를 꼭 쥐고 있다고 해서 나아지는 것은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1. 고니 생각에 반대하는 바는 아냐. 나도 동의.
        하지만 기업을 한다는 입장에서 어느정도 자문을 구하거나 양해각서를 채택할 수 있는 여지도 있지 않았을까 싶네. 그것이 돈을 떠나서 크게 봐서는 상도가 아닐까? 다수결의 원칙으로 해석하게 만드는 건 그리 적절하지 않아 보이네…
        사견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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