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휴가, 광주에서 보다.

화려한 휴가프로젝트가 끝나고 잠시 한가한 틈을 타서 오랜만에 고향, 광주에 내려갔습니다.

가서 어찌어찌하다가 어머니와 “화려한 휴가”라는 영화를 보게되었습니다. 그 전부터 대충 어떤 내용인지도 들었고, 사람들이 어떤 느낌으로 영화를 보는지에 대해서도 보았었습니다.

사실 5.18은 광주에서 중고등학교를 보낸 저에게도 직접적인 비극은 아닙니다. 아마 어머니, 아버지 세대라면 또 다르겠지만요. 하지만,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이미 철이 들면서부터 듣기 시작했고, 선생님이나 몇몇 분들을 통해 그 당시의 얘기를 자세히 혹은 지나가듯 들은 적이 있습니다(무조건 죽는다고 해서 산에서 며칠을 혼자 사셨던 분도 있었습니다).

이번만은 영화 자체만으로 평가하기 힘들 것 같지만, 그래도 영화는 잘 만들어진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의 글에서 “너무 착하기만 한 사람들”이 “억울하게 당하는” 식으로 만들어져서 현실감이 떨어진다고 했던 것도 같은데 그렇게 볼 수는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5.18의 광주시민들은 폭도가 아니다”라는 너무도 당연한 사실을 알려주기 위함이라고 보기 때문에 그들이 “평범한 시민”이었음을, 그리고 가족이 죽어감에 분노할 수 밖에 없었음을 강조하려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보았던 장소가 광주라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저도 제 주변사람이 죽어가는 듯한 분노와 슬픔을 느꼈으니까요.

마찬가지로 좀 더 사실적으로 표현하려 했다면 좀 더 잔인한 장면을 묘사할 수도 있었을텐데, 아마도 더 많은 사람들 – 특히 미래를 이끌어갈 아이들 – 에게 보이기 위해 등급을 조절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최소한 그 아이들이 자라서는 “5.18은 폭도에 의해 저질러졌다”라는 생각은 안하게 되겠죠. 진실이 밝혀졌음에도 진실을 외면하는 일부의 사람들과, 아직도 잘먹고 잘살고 있을 그날의 주역(?)들에게 이 영화를 꼭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처음으로 영화가 아닌 다른 이유로, 이 영화가 잘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덧1) 김상경씨가 연기를 참 잘하더라구요. 제 취향과 맞지 않는 영화에만 출연하셔서 별로 인연이 없던 배우였는데 ^^;;

덧2) 이준기…가 그 당시의 고등학생이라기엔 좀… 현실감이 떨어지더군요. 제 출신 고등학교가 꽤 유서있는 곳이라(광주제일고), 그 당시의 자료도 좀 있는데… 이준기는 좀…

덧3) 다른 사람들 전라도 사투리는 좀 어색하고 과장된 듯 했지만, 나문희씨는 참 잘하시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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